김지훈 (Jihoon Kim)
2020 Fulbright Visiting Scholar
Columbia University

풀브라이트 mid-career 연구년 장학 프로그램 지원 동기는 2017년부터 진행해 온 연구 중 일부가 프로그램의 지원 취지와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연구년을 미국 대학에서 연구 및 학문적 교류 활동으로 보내기로 마음먹은 이후, 2017년부터 수행해 온 학술연구서인 Documentary’s Expanded Fields: New Media and the Twenty-First-Century Documentary에 포함될 21세기 미국 사회운동과 디지털 참여 문화의 번성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액티비즘 다큐멘터리 실천 양식들을 좀 더 세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 풀브라이트 mid-career 장학 프로그램은 위 저서의 5장에 포함될 사례 연구들을 좀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와 같은 판단 하에 “Expanded Forms of Documentary Politics: Digital Participatory Media, Social Movements, and the US Documentary Activism in the 21st Century”라는 제목의 연구계획서를 바탕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신청하게 되었고, 연구주제의 시의성과 방법론 및 출판 계획의 설득력을 인정 받아 2021년 초 운 좋게 수혜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COVID-19에 따른 미 국무부의 조치로 2021년 가을학기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체류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재직 대학에서의 연구년 또한 한 학기 미루어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2021년초 미국 현지에서의 심각한 확진자 수 증가로, 2021년 1월 1일부터 방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상황을 우려한 가족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같은 해 4월 1일에야 뉴욕에 당도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sponsoring faculty member인 Columbia University Film and Media Studies program의 Jane M. Gaines 선생님과 관련 행정 직원들이 일정 변경 및 추가 서류 확인 등의 여러 작업들을 세심하게 돌보아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선생님과 관련 직원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도착 직후에는 뉴욕 현지에서 lockdown이 해제되었으나 여전히 캠퍼스 내부는 물론 식당 및 카페 등 주요 다중시설의 내부 출입이 제한된 관계로,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되던 Butler Library 등의 시설 및 자택 작업을 병행하여 계획한 연구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제한된 환경은 계획했던 저서의 해당 chapter를 보완하고 마무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그 결과 내년 2월에 해당 저서를 출간할 수 있게 되었다 (ttps://global.oup.com/academic/product/documentarys-expanded-fields-9780197603826?cc=kr&lang=en&). 여기에는 Occupy Wall Street, Black Lives Matter 등 동시대 미국의 주요 사회 운동에 반응하면서 스마트폰 및 소셜 미디어의 확산을 매개로 발달한 시민 참여 기반의 새로운 다큐멘터리 액티비즘에 대한 논의가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이 저서와 더불어 동시에 추진하던 또 다른 저술 프로젝트로, 현재 영미권에서 전혀 부재한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최초의 영문 연구서를 발간하는 프로젝트를 현지 체류 과정에서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커다란 성과였다. Post-verite Turns: Korean Documentary Cinema in the 21st Century라는 제목의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원고 초고 전체를 모두 마칠 수 있었고, 현재는 미국 유력 대학출판부에서 심사 중이며 심사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2022년 초 출판계약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Jane Gaines 선생님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격려해주시는 등 큰 힘이 되었다.

이와 같은 계획했던 연구주제의 수행 이외에도 9개월간의 체류 기간 동안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취지인 한미 양국 간의 지식 교류 상호 증진에 기여할 수 이는 여러 활동들을 할 수 있었다. Gaines 선생님의 초청으로 선생님이 2021년 summer program으로 가르치신 ‘World Melodrama’ 수업에 김기영 감독에 대한 강의를 할 수 있었고, Columbia University Center for Korean Research의 초청으로 9월 24일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프로젝트에 대한 강연을 했으며(http://ckr.weai.columbia.edu/13th-korean-literature-association-workshop-2-2-2/ ), 10월에는 Harvard University의 Kim Koo Forum (사진첨부) 및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Center for East Asian Studies (사진첨부) 의 초청으로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에 대한 초청강연을 수행할 수 있었다. 비록 가을학기에는 미국 동부 대학 대부분이 수업과 캠퍼스 주요 시설을 대면으로 개방했으나, 세미나 및 초청 강연 등의 학술행사는 여전히 비대면을 원칙으로 한 관계로 UPenn에서의 강연 이외에는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행사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고, 개인적으로 <기생충> 및 <오징어 게임>에 대한 미국 영화미디어학계 및 한국학 분야에서의 커다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에 부합하는 연구주제 및 방법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 또한 갖게 되었다. 아울러 박경근 감독의 artist talk moderator 자격으로 초청받아 11월 12-13일에 걸쳐 참석한 University of Michigan의 Nam Center for Korean Studies 주최 컨퍼런스였던 Reclaiming the City 행사(https://ii.umich.edu/ncks/news-events/events/conferences—symposia/perspectives-on-contemporary-korea/reclaiming-the-city.html)는 북미 한국학 연구의 새로운 주제들을 제시하고 발전시키는 신진학자들과의 뜻깊은 교류의 자리가 되었다. 이와 같은 행사 이외에도 내년 2월 출간될 예정인 Documentary’s Expanded Fields 및 한국영화 등에 대한 여러 초청강연을 Princeton University, Indiana University, Yale University 등으로부터 예약했고, 이는 귀국 이후에 Zoom을 기반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공식적인 교류 이외에도 이번 9개월 간의 뉴욕 현지 체류는 개인적으로 기존에 갖고 있던 현지 영화미디어학 학자들과의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하고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7월 경부터 뉴욕 현지의 주요 영화관 및 미술관이 오픈하게 되면서 뉴욕영화제와 같은 행사는 물론 Anthology Film Archives, Film Forum, e-flux 등 대안적인 영화 및 무빙 이미지 작품들의 상영 및 전시공간을 다시 방문할 수 있었고 이는 COVID-19 이후의 영화문화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풍부한 사례를 제공했다.

이처럼 풀브라이트 연구년 장학 프로그램은 국내에서의 연구를 넘어, 자신의 연구가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독자 및 동료 연구자들과 공유되기를 바라는 학자에게 자신의 연구주제를 발전시키고 현지와의 다양한 교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할 만하다. 단 이와 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학 프로그램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기존의 자신의 논문, 컨퍼런스 발표, 저술 작업 등에서 현지 학계에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는 충분한 성과들을 지속적으로 구축한 가운데 지원을 하는 것이 현지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토대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으로 준비할 것을 하나의 팁으로 제시한다. 이것은 물론 장학 프로그램 선정 여부에만 국한되지 않는, 연구자로서의 자신의 발전과도 관련된 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