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Kyungmin Lee)
2024 American Studies Program
Seoul, Secondary
코로나로 긴 휴식기를 가졌던 영어교사 미국학 장학 프로그램, 드디어 열리다!
풀브라이트 지원을 받아 2022년 국제교육 행정가 프로그램을 다녀온 친언니가 살면서 꼭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풀브라이트의 장학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천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22년 한여름이었고, 호기심과 기대로 장학 프로그램 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영어교사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으로 영어교사를 위한 프로그램은 일시 중단 상태였고 저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일년 넘게 기다려온 결과 24년에 프로그램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고 최선을 다해 지원해보기로 했습니다.
영어교사 미국학 장학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영어교사’만을 위한 국외 프로그램을 제시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도 영어교사를 위해 많고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해주고 있으나 특정 시점부터 영어교사만을 위한 국외연수를 지원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해당 부분을 문의해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영어교사에게만 특별한 수혜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더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려면 해당 언어가 사용되는 지역에서 문화를 더 가까이, 그리고 생생하게 접하고 배웠을 때 언어에 대한 복합적 이해와 응용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수업 설계와 교수/학습 활동과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러한 언어 교육에 대한 제 철학과 방향은 풀브라이트 장학 재단이 제공하는 영어교사 미국학 장학 프로그램의 모든 항목과 일치했습니다. 단순 호텔 거주가 아닌 홈스테이를 통한 미국의 일상생활 문화 경험, 영어 교수법 수업을 통해 영어를 보다 유의미하게 가르치고 학습하는 교수/학습 방안 터득, 문화/교육/역사와 관련된 세미나를 통해 미국에 대한 이해 제고는 영어교사에게 꼭 필요한 경험과 기반이었습니다. 크게 준비되어 있진 않았지만 미래가 예측 불가한 이 시대에, 다시 프로그램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서류를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준비한 만큼, 노력들인 만큼 나를 단단하게 채워주는 풀브라이트!
많은 것을 지원하고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인만큼 서류 준비부터 녹록치 않았습니다. 공인 어학 점수가 모두 만료되어 급하게 텝스와 토익 스피킹 시험부터 신청했고, 미국에서 생활할 때 회화가 필수인 점을 감안하여 토익 스피킹에 몰두하여 만점이라는 결과를 받아 내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품고 저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들을 생각하며 치열하게 지원서를 작성했습니다. 학교의 공문 시스템을 열어 지난 7년의 교직 생활을 돌아보며 전문성 강화를 위해 들었던 연수 프로그램, 그 과정에서 강사로 거듭나 여러 학교를 돌며 선생님들께 저의 수업 사례와 노하우를 전달하며 다녔던 강의 및 컨설팅 등과 관련된 모든 서류들을 빠짐없이 구비했습니다. 10년도 지났지만 학부생 때 따라다니며 수업 들었던 교수님께 직접 연락 드려 추천서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이력서, 지원서, 지원서 증빙 서류, 연수 참가 서류, 공인 어학 증명서, 추천서 등 준비한 서류는 거의 책 한 권에 가까운 수준이었고, 이 과정에서 그동안 교사로 쌓아온 업적들을 확인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서류 심사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실시간 쌍방향 줌 회의로 면접을 진행했으며 추후 최종 수혜자 통보까지 대략 2개월이 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최종 수혜자 통보를 받았고, 그 기쁨도 잠시 ‘과연 내가 미국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찾아왔습니다.
장학생으로서의 느낌은 단 한마디로 형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값지고 유익했던 시간도 있었고 기대와는 달리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교사로서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무조건적으로 지원하고 참여의 기회를 얻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교사로서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교수법 수업 때문입니다. 필 선생님의 수업은 모든 주제가 이론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항상 적용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경험하지 않으면 교사는 학생이 무엇을 느끼고 체험하는지 알 수 없다는 필 선생님의 철학 아래 14분의 선생님은 교수법 수업에서 항상 배운 것을 경험해보고 경험한 느낌을 ‘reflection’에 작성하며 동일한 수업에 대해 어떻게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어느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등을 열정적으로 공유했습니다. 다양성이 강화되고 존중되는 미래 사회에서 타 선생님들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는 경험은 제가 교실이라는 장소와 배움의 의의에 대해 보다 열린 마음을 갖을 수 있게 해주었고 교사가 수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제 태도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교육 방식과 철학을 통째로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수업을 마주하는 것은 매너리즘에 차츰 젖어들 수 있는 저에게 신선한 충격과 어서 빨리 새롭게 익히고 배운 것을 내 교실에 적용해보고 싶다는 교수/학습에 대한 열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필 선생님을 통해 다양한 학생 중심 수업의 기법과 하이테크와 로우테크의 균형을 맞추는 수업의 기법을 익히고 이를 적용한 미니 수업도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이 오랜 시간 지속되길 바라는 것도 미니 수업 발표회이기 때문입니다. 14분의 선발된 선생님들은 제각각의 매력을 발산하며 알차고 유익한 미니 수업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필 선생님이 알려주신 기법을 새로운 각도에서 적용해보고 수업을 하며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동료 선생님들을 통해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이 제 마음 속에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풀브라이트가 없었다면 이런 분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제 삶에 촛불이며 보물 같은 분들을 전국적으로 마주할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지원을 망설이는 건 삶의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을 마치고 돌아온 지 한 달이 거의 다 되어가는 이 시점, 그동안의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고자 나의 풀브라이트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온 직 후 이 이야기를 적지 않았던 이유는 오랜 시간 그 여운을 느끼고 싶어서였습니다. 한 달 가까이 되면 그 여운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저만의 시기 이른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필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가슴이 뛰고, 소중한 동료 선생님들과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미국 문화를 접하며 하루가 사라짐을 아쉬워하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 그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고 배운 것을 공교육에서 실천하고 싶다는 열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풀브라이트에서 다시 불을 지펴준 이 열정, 평생을 교직에서 실천하며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교육을 만들어 가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