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효정 (Hyojung Bae)
2024 Fulbright Postdoctoral Fellowship Program
New York University, Tax Law
1) 풀브라이트 지원 동기
풀브라이트에 지원하던 당시, 저는 스스로의 성장을 위한 돌파구가 절실했습니다. 둘째 출산 후 두 아이를 양육하며 동시에 업무와 연구를 병행해 어렵게 박사학위를 취득했지만, 학위 이후에도 연구자로서 깊이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일은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전공 분야의 연구자로서 국제적 감각을 갖추기 위한 해외 연구 기회를 모색하게 되었고, 풀브라이트 포스트닥 프로그램은 정체된 듯 느껴지던 제 연구 여정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준 계기였습니다.
저는 이전까지 해외 유학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논문을 집필하며 미국의 비교법적 논의를 많이 참고했고, 관련 연구도 다수 진행해 온 만큼, 미국 현지에서 제 연구를 직접 수행하고 평가받으며 그 학문적 배경을 체득하는 과정은 연구자로서 시야와 깊이를 확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지원 당시 저는 이미 30대 중반의 나이로,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도전의 과정조차도 제 인생의 긴 흐름 속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자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 믿었고, 그 믿음이 풀브라이트 지원을 결심하게 만든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2) 장학금 수혜자 선발 과정부터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의 유학 생활 전반에 대한 경험과 느낌
풀브라이트 포스트닥 프로그램의 선발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치열했습니다. 그러나 장학 프로그램을 마친 지금 돌이켜보면, 그 치열했던 선발 준비 과정 자체가 유학 생활의 초석이 되었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지원자는 유학 기간 중 수행할 연구계획서를 중심으로 한 서류 심사와 면접 절차를 거쳐 최종 선발되는데, 이 중 특히 연구계획서 작성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습니다. 여러 방향을 모색하며 고민하고, 한국과 미국 양국의 사회와 학문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주제를 설정하는 과정은 단지 선발을 위한 준비를 넘어서, 유학 기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 역시 결코 쉬운 단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연구계획서 작성에 충실히 임한 덕분에 면접에서의 주요 질문에 대비할 수 있었고, 면접 준비 자체를 앞으로의 학술대회 발표 준비 과정이라 생각하고 임했던 것이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도움도 되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 경험한 유학 생활은 여러 면에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유학이라는 기회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풍성하게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시 만 세 살과 여섯 살이었던 두 자녀, 그리고 배우자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기에, 연구자로서의 성장과 더불어 가족이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연구 활동 측면에서는, 호스트 기관이었던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에서 정말 다양한 기회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30~50명 규모의 국제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세미나, 강연, 워크샵, 학술대회 등 다양한 학술 행사에 참여했고, 단순한 청중을 넘어 발표자와 토론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존경받는 학자, 실무가, 행정부 및 사법부 소속 공무원 등으로부터 강연을 들을 수 있었고, 이것은 제 연구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회는 단지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의 연구 주제를 글로벌 담론 속에서 발견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경험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유학 초기에는 미국의 학술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또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는 망설이다가 발언 기회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미국에서 연구자로 성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능력을 갖추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찾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적극적인 태도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한 유학 생활 또한 매우 뜻깊었습니다. 육아휴직을 내고 함께 미국으로 온 남편은 두 자녀와의 시간을 더 깊이 있게 보낼 수 있었고, 육아와 가사에 보다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가족 내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역시 유학 초기에는 미국의 공립학교와 유치원에 적응하느라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내 빠르게 적응하여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저는 가족과 주말과 휴일을 활용해 미국 내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가족 간의 유대감을 더욱 돈독히 했습니다. 자동차와 비행기를 타고 뉴욕 인근 여러 주를 방문했고, 그 속에서 단지 여행 이상의 의미, 구체적으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연구자로서의 전문성 강화와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었기에 제게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은 단순한 유학을 넘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자 축복 같은 기회였습니다.
3)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추천하는 이유
유학을 위한 ‘장학금’이 주는 장점은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너무나 뚜렷합니다. 한 가지 제가 덧붙여 강조하고 싶은 것은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경우 유학 지역의 상황에 맞게 지급된다는 점입니다. 제가 유학하였던 뉴욕 지역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높은 생활비를 보이고, 유학생의 입장에서 이 점은 큰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만, 반대로 뉴욕 지역에 유학하는 경우 풀브라이트에서 지급되는 장학금은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저 역시 이렇듯 생활수준을 고려한 장학금 정책으로 인하여 뉴욕에서 가족들과 안전하고도 즐겁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제가 가장 방점을 두고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풀브라이트’ 장학금이 주는 명예에 관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수혜를 받는다는 사실은 수혜 후보자가 유학을 위한 대학교, 기관 등에서 선발을 거칠 때 그 자체만으로 큰 이점이 됩니다. 이는 해당 지원자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기 위하여 거쳐야 했던 어려운 선발 절차를 고려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미국 내 호스트 기관 입장에서는 미국과 한국 사이의 학문적 가교 역할을 수행할 연구자가 자국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풀브라이트의 이름 아래 지원되었다는 점에 깊은 신뢰를 가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저 역시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고 미국 내 여러 로스쿨에 지원하고 또 선발되는 과정에서,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신분이 저의 연구계획서나 경력에 비견될 만큼 강력한 추천장처럼 작용하지 않았을까 막연히 생각합니다.
끝으로,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미국 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장학생들은 각자의 전공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의 동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며, 이는 유학 기간은 물론 그 이후의 학문적·직업적 여정에 있어서도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저는 유학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선, 학문적·문화적 성장의 든든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예비 지원자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것은 도전에 앞서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도전에 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성비’라는 이름으로 많은 도전 과정에서 요행을 바라며 대충의 벼락치기로 ‘운 좋은’ 결과를 기다립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치우친 것이긴 하지만, 그런 면에서 풀브라이트 지원은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준비하여 완주해내는 과정까지 ‘가성비’와는 거리가 먼 도전의 여정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제게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단순한 결과가 아닌,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고 성장하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자기소개서 한 줄, 연구계획서 한 문단을 채우는 데에도 수차례 방향을 바꾸고,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꺼내어 놓기 위해 고심했던 시간들은 결국 제 삶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예비 지원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설령 결과가 기대와 다를지라도 그 준비 과정에서 얻게 되는 내면의 단단함과 자기 확신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풀브라이트는 단순히 ‘뽑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민과 방향성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을 응원합니다. 그러니 두려움보다 호기심과 열정을, 불안보다 성실한 몰입을 택해 도전해 보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