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 (Hanbyul Kim)
2023 Visiting Scholar Program
University of Oregon, Linguistics

1) 나는 왜 풀브라이터(Fulbrighter)가 되고 싶었는가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제가 풀브라이트 교수/전문가 장학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 일차적 동기는 돈이 필요해서였답니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였지요. 가족을 동반하여 미국에 가서 연구는 하고 싶은데 그 막대한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기는 너무 부담스러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연구비 지원 프로그램을 알아보던 중 동료 교수에게서 이 장학 프로그램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풀브라이트 재단과 프로그램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보다 더 큰 지원 동기가 생겼습니다. 전 세계 각 분야에서 명성을 떨친 분들 중에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그러자 저도 그러한 분들과 대등한 반열에 서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풀브라이터(Fulbrighter)가 되고 싶었던 두 번째 이유이며, 종국에는 더 큰 지원 동기가 되었습니다. 

2) 지원서에서부터 동문들의 이야기 쓰기까지

  • 선발 과정 후기

이 생기자 이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먼저 지원서를 작성하는 데, 그중에서도 특히 연구계획서를 쓰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국어학자로서 한미 양국의 관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인지, 그중에서 제가 좋아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내용을 체계적으로 작성하되 비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떻게 쉽게 쓸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고민했습니다. 모든 내용을 영어로 작성하고 전문 업체를 통해 교열을 받는 것도 시간과 비용이 참 많이 드는 과정이었습니다. 당시는 생성형 AI가 혜성처럼 등장하기 전이었던 터라 영문 교정은사람에게 받는 전통적인 방식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면접 심사는 잘 보지 못해서 속상했었습니다. 제가 생각보다 영어를 못하더라고요. 다행히 심사위원님들께서 좋게 평가해 주셔서 결국에는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 재미 교포 공동체에서 살아 본 후기

제 연구 과제는 재미 교포가 사용하는 한국어를 방언학적, 사회 언어학적으로 조사하여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방언학이나 사회 언어학에서는 연구자가 현지에 나가 직접 언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러한 현지 조사(fieldwork)에서는 조사자가 얼마나 좋은 제보자(informant)를 구하는지가 조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설령 언어 조사의 요건을 충족하는 제보자를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분과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면담을 이어 나가는 것도 필수적이지요. 따라서 이 모든 조사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사자가 해당 언어 공동체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는것이 가장 이상적이랍니다. 

 오리건대학교(University of Oregon) 아시아ᆞ태평양학센터(Center for Asian and Pacific Studies) 소속의 방문학자로 파견 간 저는, 오리건주 유진(Eugene)과 그 이웃 도시인 스프링필드(Springfield)를 조사 지점으로 삼고 그곳에 거주하는 한인과 적극적으로 어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유진/스프링필드 지역의 한인 공동체는 각 교회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었기에 저도 그중 어느 한 교회를 선정하여 그 구성원들과 가족이 되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이주민 공동체가 그렇듯이, 미국의 한인 교회도 신도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공동체분들은 제게 제보자이자 가족이 되어 준 것이지요. 그러한 공동체 내에서 1년간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 미국인 공동체에서 살아 본 후기

한편, 현지 미국인과도 매우 가깝게 지냈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닌 덕분에 다른 학부모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지요. 아이들이 서로 친해지면 그 부모들도 서로 친해지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더군요. 그런데 인심 좋은 조그마한 도시에 살아서인지 거기서는 친구네 가족을 자신의 집으로 자주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남을 내 집으로 들인다는 것은 곧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열어 준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게 가족 단위로 서로를 초대하며 마음을 나누다 보니 서로 상대방의 문화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민간 문화 대사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지요. 

3) 풀브라이트 장학금, 이래서 추천한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에 파견 가는 연구자에게는 가장 공신력 있는 뒷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장 DS-2019와 비자를 발급받는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해 줍니다. 게다가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는 풀브라이트 방문학자를 일반 방문학자보다 더 우대해 줍니다. 전자에게는 후자에게 요구하는 까다로운 지원 자격을 면제해 준다거나, 후자에게는 내어 주지 않는 개인 연구실을 특별히 제공해 준다거나 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또한, 때가 되면 재단 측에서 발송해 주는 안내문은 파견 기간 내내 내가 보호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어 안정감 있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원천이 됩니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할 때 조력의 손길을 주기도 하고요. 이러한 이유로 저는 미국에서 연구하기를 꿈꾸는 분들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4) 나도 풀브라이터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께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제가 미국에 파견 가기 전과 가 있는 동안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국문과 교수가 미국에 가서 도대체 뭐하냐?니다. 그만큼 국어학은 미국과 접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학문이었지요. 제가 모든 학위 과정을 국내에서 밟았다는 사실도 지원 당시에 스스로를 움츠러들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두려움 속에서도 저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습니다.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또한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한다면 그것은 꼭 이룰 수 있다.는 믿음 말입니다. 요컨대 ‘Fulbright Korea’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라면, 결코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 자신 있고 당당하게 풀브라이터가 되는 길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