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진 (Yejin An)
2024 American Studies Program
North Jeolla, Secondary

Fulbright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나다 

배움에 목마른 자, 우물을 파다 

영어 선생님으로서 항상 채워지지 않는 두 가지 갈망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어 실력 향상에 대한 갈망입니다. 해외에서 영어를 배워본 적이 없는 토종 한국인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한국식 영어교육으로 읽기와 쓰기 위주로 공부해 왔기에 영어로 된 드라마나 영화를 접할 때 들리지 않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아직도 많이 배워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고 싶지만 내 의사를 100% 전달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어 좌절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제 곁을 따라다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미국 및 영어권 문화에 대한 갈망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지식이 실제로 사용되는 살아있는 지식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항상 가르치는 부분에 대한 이유와 문화적 요소를 연계하여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를 직접 경험하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은 욕망은 늘 한계를 느낍니다. 그러던 와중 Fulbright 장학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움에 목말라 있던 저에게 이는 단비 같은 소식이었으며 무더웠던 어느 여름의 한 켠에 매일 한미교육위원단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지원 일정을 체크하는 것은 제 일과 중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Fulbright 장학생으로서 미국에 가서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오랜만에 저를 설레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길고 긴 선발과정을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부분은 EssayCV 작성, 그리고 추천서 제출이었습니다. Essay 및 CV 작성 과정을 거치며 영어 교사로서 제 자아와 교육철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교수님과 교장선생님께 추천서를 받으며 저의 과거를 되짚어 보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미래를 기대하며 과거를 거쳐 만들어진 현재의 자신을 서술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Fulbright 장학생으로 꼭 선발되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굳게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Fulbright 장학생으로 선발이 되었을 때, 미국 땅을 밟고 영어를 배우고,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감격스러웠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매우 기뻐하셨고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히 기억에 남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심히 짐을 싸고 비자 및 출국 서류를 준비하면서 미국에서의 생활을 기대했습니다. 출국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동안 저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무한한 지식의 나무에서 영감을 얻다 

University of Delaware(UD)의 연계기관인 English Language Institute(ELI)에서 들었던 수업들은 크게 교수법, Listening&Speaking, Workshop Seminar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수업들은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었던 틀과 한계를 벗어나 저의 세상을, 교실을, 사람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제공해주었습니다.  

먼저 교수법 수업에서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에 맞춰 매시간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특히, 평소 관심이 많았던 Differentiated learning, Task-based learning, Spiral learning, Low-tech/High-tech 등의 주제는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습니다. Phil Rice 교수님이 제시한 다양한 교수법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고, 하나라도 놓칠 세라 열심히 메모하며 수업을 들었습니다. 또한, 동료 선생님들의 열정도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매 수업시간마다 손을 번쩍 들고 질문하는 적극성과 질문의 깊이는 항상 저를 놀라게 했으며, 함께 2주간 demo lesson을 준비하며 서로의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성장하는 경험은 저에게 큰 자부심을 줬습니다.  

Listening&Speaking 수업에서는 E-gaming을 주제로 오만,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글로벌 학생들과 어울려서 의견을 공유하고 실생활에 유용한 표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Drama 기법을 사용한 영어 말하기 수업, Black History Month와 마틴루터킹이 미국에 미친 영향에 대해 배울 수 있는 Workshop에 참여하면서 다방면으로 문화적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전문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었고 앞으로의 미래를 향해 더욱 확고한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실전! 하루하루 귀중한 경험을 쌓다 

UD에서의 경험 중에는 현지 교육 기관을 방문하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유치원부터 K-12로 운영되는 사립 학교까지 다양한 교육 시스템과 교육철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UD lab school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자유롭게 놀며 교육을 받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에서도 보길 바라는 바램을 실어주었습니다. 또한, 한 반에 3-4분의 선생님들이 소규모 인원의 아이들을 밀착 지도하시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전통놀이 부스로 제기차기, 비사치기, 딱지치기를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Wilmington Christian school에서는 과학 수업을 참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는데 학생들이 두꺼운 책을 가지고 열심히 뒤적거리면서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Newark Senior Center에서는 Fulbright 장학생으로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발표를 준비하였으며 각 어르신들은 인생이야기를 풀어주셨는데 그 중 젊은 시절 안과의사로 재직하시며 베트남 전쟁에 참여하셨던 분들을 돌보셨던 한 멋진 신사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피부색, 나이, 국적에 상관없이 다양한 분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미국에서 문화의 정수를 맛보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단순히 학교 생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위키드’와 ‘알라딘’을 감상하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세계 유명 화가의 작품들을 구경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워싱턴 D.C.에서는 국회의사당 투어를 하며 미국의 건국과 역사적인 사건들을 배울 수 있었으며, 링컨 메모리얼과 백악관을 통해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중에서는 대학 농구와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UD 소속팀을 목터져라 응원하며 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홈스테이 생활을 통해 일상적인 미국 가정의 생활패턴을 익히고, 현지 가정식을 맛보며 미국인들의 삶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과의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흥미로운 경험들은 사진으로 찍어 학생들과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성장하다. 

미국에서의 한 달은 정말 화살처럼 쏜살같이 지나갔지만 그 시간은 저의 기억 속에 영원히 자리잡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Fulbright 장학생으로 있는 기간 동안 진정한 의미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순간들을 경험했습니다. 매일 수업을 듣고 다음 날에 있을 과제를 준비하며 허덕이고, 일상 대화에서 듣기와 말하기에 한계를 느끼며 답답한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매 순간이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도약 단계였습니다. 교수님과 동료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며 수업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홈스테이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세상을 대하는 안목 역시 넓고 깊어졌습니다.  

Fulbright 장학생으로 있는 기간은 교사로서의 자아를 찾는 여행이자 동시에 나 자신을 발견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더욱 긍정적이고, 담대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열심히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원해주신 한미교육위원단과 Fulbright 재단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성장하고 배움의 길을 함께 나아가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