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새룬터 (Saeroonter, Oh)
2022 Fulbright Visiting Scholar Program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Electrical Engineering

 

나의 첫번째 연구년을 미국에서 “인공지능 연산 반도체 칩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를 계획하고 준비하던 시점에 Fulbright 한미 정부 장학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안 그래도 높은 미국 물가에 다섯 식구를 동반할 계획이었기에 재정적 도움도 필요했을 뿐 아니라, 연구년을 계획하던 2021년 당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공장이 멈추고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주최 반도체 CEO 서밋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성을 선언할 때였기에 한×미 연구실의 반도체 연구 협력은 시기적절한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마침 그 전 해부터 공학 분야도 지원할 수 있게 확대되었다. 하지만 선발인원이 적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절실한 마음으로 지원을 준비했었던 기억이 있다. 추천서를 부탁한 미국 교수 중 한명은 본인도 Fulbright scholar라며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풀렸고 나중에 수혜 사실을 알렸을 때도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다.

마침내 2022년 8월에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의 Electrical and Computer Engineering의 Neuroelectronics 연구실에서 방문 연구를 시작하였다. 한국은 코로나-19로 아직 마스크를 쓰던 때였는데 미국 공항에 내리고 보니 미국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거의 해제된 상황이었다. San Diego는 일년 내내 날씨가 좋아 rent로 구한 집은 아예 냉난방 시설이 설치돼 있지도 않을 정도였다. 나는 연구년 동안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시대에 온칩 학습이 가능한 컴퓨팅 아키텍쳐”를 연구하고자 했고, 내가 방문한 연구실과 연구 협력을 통해 아이디어의 융합과 각 연구실의 기술을 하나의 칩에 집적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었다. UCSD 연구실에서는 생물학적 뇌에 탐침을 통한 뇌 신호를 높은 시간×공간적 해상도로 기록할 수 있는 뇌-전자 인터페이스 연구도 병행하고 있었다. 방문한 연구실 주관 미팅에 참석하면서 연구실 학생들과 포스닥들의 발표를 듣고 내 학생인 것처럼 코멘트를 주고 생소한 분야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지며 적극적으로 discussion에 참여했다. 더 직접적인 기술 융화를 위해 내 대학원 학생들을 두 차례에 걸쳐 UCSD로 파견 오게 하여 세부적인 소자 구성, 공정 시설 호환성, 샘플 제작 및 인계 계획 등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 두 연구실 사이에 실질적인 협의가 이루어지게 했다. 내 연구팀과 호스트 교수 연구팀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교류한 덕분에 수혜 기간이 끝난 지금에도 공동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보람된 일이었다. UCSD는 biomedical 분야 연구가 활발해서 그 분야와 전자공학을 응용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여러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소통과 교류를 이어가자고 약속한 사람들도 있어서 연구 협력에 대한 기대가 크고, 그들과 나누었던 얘기들은 미래에 연구의 원동력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데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강의, 과제, 행정 업무로 바쁜 일정과 코로나-19로 인하여 수년간 해외 학회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해외 대학에도 방문하지 못했었다. Fulbright 방문학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Stanford University, UCSD 등 미국 대학 연구실에 방문하여 새로운 연구 주제들을 접하여 학문적 시야와 안목을 넓힐 수 있었고, 미국에서 개최되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학회에 참석하여 여러 대학 교수 및 산업체 엔지니어들과 교류하면서 해외 학자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연구와 가족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으로 집중적으로 연구 성과도 낼 수 있었다.

주말에는 7살, 5살, 그리고 갓 돌이 지난 2살짜리 아이들을 데리고 Coronado, Mission Beach, LaJolla, Del Mar에 있는 시원한 태평양 해변에서 물 놀이와 모래 놀이를 했다. 야자수가 보이는 잔디밭과 백사장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내가 거주하던 Point Loma 지역은 UCSD에서 남쪽으로 15분 떨어진 곳이었는데 한국인은커녕 아시아인조차 뜸할 정도로 diverse한 동네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다양한 문화와 관점이 섞여있는 나라이기 때문인지 ‘서로다름’을 존중하고 오히려 한국인인 나와 가족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나 미국 교회나 동네에서 마주치는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한국과 미국에서의 자녀 양육 방법, 교육 및 의료 제도, 문화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서로 다른 배경과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같음’을 발견하는 과정 속에서 지역 사회 이웃들과 가까워졌던 것 같다.

앞으로 연구년을 준비하는 예비 지원자에게 Fulbright 장학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한다. 수혜 확정 후 J-1 비자 발급, 건강 보험, 동반 가족 혜택 등 연구년 준비에 필요한 많은 도움과 정보를 받을 수 있고, 1년 전부터 방문 학교와 연구실을 알아보고 연구 방향을 미리 설정한 덕분에 연구년 기간 동안 더 짜임새 있는 연구가 가능했던 것 같다. 또한, 현지에서 Fulbright mixer, 세미나, 문화 체험 등 다양한 동료 Fulbrighter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앞으로 Fulbright 동문 분들과의 만남도 기대된다. 역사가 길고 명성 높은 Fulbright의 방문학자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큰 영광이고, 지난 1년 내게 값진 기회와 연구자로서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제공한 Fulbright 한미교육위원단과 모든 절차가 순조롭도록 도와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