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Jaehee Kim)
2024 Fulbright Humphrey Fellowship Program
Arizona State University, Walter Cronkite School of Journalism and Mass Communication 

 

안녕하세요. 저는 2015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산업부, 문화부, 탐사보도팀인 히어로콘텐츠팀을 거쳐 현재 동아일보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디지털랩에 근무 중인 김재희 기자입니다. 저는 험프리프로그램 저널리스트 부문 펠로우로 선정돼 2024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 10개월 간 Arizona State University(ASU)의 저널리즘스쿨인 Walter Cronkite School에서 공부했습니다. 10개월 동안 세계 각국에서 모인 험프리 펠로우 저널리스트를 비롯해 미국 저널리즘 학계의 여러 교수님, 미국 유수 언론 기자들 등과 소통했던 경험은 제 저널리스트 커리어에 있어 큰 자양분이 되어 주었습니다.

1) 풀브라이트 지원 동기
저는 약 10년 간 기자로 일하면서 언론사가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받아들이는데 아주 느리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한국 언론사가 인공지능(AI) 도입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미국의 언론사들은 이미 콘텐츠 생성과 같은 반복적인 작업의 자동화에서부터 데이터 분석, 개인 맞춤형 뉴스 추천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실험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미국 언론사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수립한 AI 활용 방안을 직접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이 사내 AI 전담팀을 만들고 있고, AI를 활용한 기사가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의 시대적 변화를 목격하면서 국내 언론 역시 AI를 활용해 권력을 감시하고 공익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그와 동시에 AI가 절대 대체해서는 안되는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한국 언론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AI를 윤리적으로, 그리고 창의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공부하고자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2) 장학금 수혜자 선발 과정부터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의 유학 생활 전반에 대한 경험과 느낌
장학금 수혜자 선발 과정은 미국 대학원 지원 과정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서류를 필요로 했고, 제출 서류에 대한 까다롭고 철저한 검증도 이어졌습니다. 영어점수는 물론 펠로우십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 및 실현 방안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는지도 중요했습니다. 지원서와 이력서를 작성하고,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펠로우십 자체에 대해서도 보다 잘 알게 됐고, 제가 미국에서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유학 생활은 기자로서의 전문성과, 글로벌 리더로서의 소통능력 및 타 문화에 대한 이해, 크게 두 가지를 기르는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기자로서의 전문성을 키우는데 있어 학교에서 수강한 탐사보도 수업과, 언론사에서 실무를 경험하는 PA(Professional Affiliation)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월터크롱카이트 스쿨에는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Howard Center for Investigative Journalism이 속해 있습니다. 이곳에서 매주 월, 수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수업을 들으면서 수강생들과 주제선정부터 취재, 인터뷰, 기사작성, 팩트체크까지 탐사보도 전체 과정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또한 Arizona Republic과, Invisible Institute 두 곳에서 PA를 하면서 제가 관심이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자들과 함께 실무에 투입되는 등 실무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탐사보도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특히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입수하는 방법과 변호사, ASU 교수, 관련 전문가 등이 협업해 한 달 이상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철저한 팩트체킹 과정-등을 직접 체험하는 것은 향후 기자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펠로우들과 10개월 간 수업을 듣고 여행도 다니며 동고동락한 경험은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들과 세계 각국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현안에 대해 토론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 시간들을 통해 한국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고, 새로운 시각도 열린 마음으로 포용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3)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추천하는 이유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세계 각국의 펠로우들과 미국 현지 저널리즘 전문가들을 만나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저널리스트로서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인들은 이 장학 프로그램의 역사와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지 언론사 기자나 저널리즘 전공 교수님들께 인터뷰나 연구 관련 자문을 요청드리면 대부분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실무와 학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활발히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호스트 기관에서 진행하는 수업 수강과 개인 연구, 보고서 작성 과정을 통해 기자로서 관심을 가져온 분야를 보다 심층적으로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4) 예비 지원자에게 줄 수 있는 메세지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시길 추천드립니다. 현재 호스트 기관인 ASU에는 퓰리처상, 에미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훌륭한 기자 출신 교수들이 다수 계십니다. 험프리 프로그램은 이들의 수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을 대표해 파견된 기자로서 자신의 연구 주제를 바탕으로 의견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적인 언론사 기자들과의 네트워킹 역시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