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Hwa Jin Kim)
2024 Visiting Scholar Program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Environmental Science
대학에서의 연구년이 결정된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풀브라이트 지원서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유학 시절,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는 동료들과,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던 미국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 나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적 연구 협력을 실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경쟁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풀브라이트를 통해 미국에서 내가 구상한 연구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도 큰 동기가 되었다.
지원서 작성은 단순한 형식적인 작업이 아니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의 학문적 의미와 국제적 가치를 구체화하고 정리하는 계기였고, 인터뷰 준비를 거치며 그 방향성과 목표를 더욱 명확히 설정할 수 있었다. 인터뷰 과정에서는 풀브라이트가 학문적 탁월성뿐 아니라 양국 간 상호 이해 증진이라는 더 넓은 철학을 추구하고 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장학생으로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는, 오랜 시간 품어온 꿈이 현실이 되는 기쁨을 느꼈고, 자랑스럽게 Fulbright 동문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Fulbright Visiting Scholar로서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에 1년간 체류하며, 평소에 구상해 왔던 연구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내가 수행한 연구는 대기 중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실시간 측정 및 분석을 중심으로, 이들이 오존 생성에 미치는영향을 machine learning 으로 해석하는 것이었다. CU Boulder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기관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특히 CIRES, NOAA 그리고 NCAR와 연계된 통합 연구 환경은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다.
이들 기관은 VOC 및 trace gas 측정, 오염원 분석, 대기 중 반응 메커니즘, 그리고 오존 생성 모델링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나는 호스트 교수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력하면서, VOC 분석과 관련된 최신 기술, 예를 들어 PTR-MS 기반 실시간 분석, 화학적 특성 분류, 그리고 OFP(SOA Formation Potential)나 화학 모델등에 대해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용 할 수 있었다. 측정, 분석, 모델, 실험등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통합된 결과 해석과,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 작업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던 점은 Fulbright가 아니었다면 얻기 어려운 성과였다.
또한, 단일 기관 내 연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기관의 세미나, 공동 워크숍,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며 학제 간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VOCs의중요성을 단순한 오존 전구물질의 관점이 아닌, 에어로졸 전구체, 온실가스 대체 역할, 또는 지역적–계절적 영향 요소로 보다 복합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VOC의 장거리 수송, 대류권–성층권 교환, 생물·인위적 배출 간 상호작용 등 복합적 주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내가 해온 연구를 국제적 맥락에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연구 외적으로도, 다양한 나라에서 온 방문학자 및 지역 학자들과의 교류는 Fulbright의 또 다른 핵심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세미나를 통해 한국의 VOC 배출 특성 및 오존 생성 기여에 관한 관측 사례를 소개하는 발표를 진행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Fulbright 장학금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일반적인 연구년 해외 체류의 경우,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연구와 생활 모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Fulbright는 체계적인 재정 지원뿐 아니라 비자 발급, 주거, 행정 절차에 있어서도 유연하고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특히, 미국 내 여러 대학에서 Fulbright 장학생에 대해 일반 방문학자보다 더 우호적이고 존중하는 자세로 맞이해 주는 분위기 덕분에, 연구 환경에서도 자율성과 자긍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Fulbright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는 단순히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있지 않다. 연구자 스스로가 국제적 연구 생태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들고, 구체적인 실행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특별하다. 경쟁률이 높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학문적으로, 문화적으로 성찰하고 재정의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Fulbright는 결국 내가 해외에서 이루고 싶은 연구뿐 아니라, 국제 공동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 가장 확실한 디딤돌이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