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은지 (Eunjee Wi)
2025 Humphrey Fellowship Program
Arizona State University

 

  1. 풀브라이트 지원 동기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기 전 저는 회사에서 인터랙티브 기사를 기획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일반적인 텍스트형 온라인 기사가 아닌,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결합해 웹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 기사를 제작하는 업무였습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타 언론사에서 제작한 인터랙티브 기사도 많이 찾아봤었는데, 그 중 대부분이 미국 유수 언론사에서 제작한 기사들이었습니다. 저에게 미국 언론은 늘 빠르게 변화하고 혁신하는, 우리보다 한 발짝 앞서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미국에서 직접 혁신의 현장을 눈으로 보고 싶다고 생각해오던 차에 풀브라이트 험프리 펠로우십을 알게돼 지원하게 됐습니다.

  1. 장학금 수혜자 선발 과정과 유학 생활 전반

CV, 자기소개서 등을 모두 영어로 작성해야 하고 영어 시험, 영어 면접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원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운좋게 장학생으로 선발돼 Arizona State University(ASU)에서 연수를 시작했습니다. 연수를 시작한 8월의 피닉스는 정말 더웠습니다. 살 곳을 알아보는 것부터 핸드폰 개통, 계좌 개설 등 여러 생활 관련 일을 처리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지만 험프리 매니지먼트 팀과 이전 한국 펠로우들의 조언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험프리 펠로우십의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펠로우들과 함께한다는 점입니다. 몽골, 네팔, 이집트 등 익숙한 나라에서 온 펠로우들도 있었지만 이름마저 생소한 나라 출신의 펠로우들도 있었습니다. 9개월을 함께하며 각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학이 제공하는 다양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ASU는 등록 학생 규모로 미국에서 가장 큰 대학입니다. 피닉스 지역에도 캠퍼스가 있지만 워싱턴 DC, LA에도 캠퍼스를 두고 있을 정도입니다. ‘혁신’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학교인데, 일례로 OpenAI와 계약을 통해 학생들에게 Edu 계정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교 내 흥미로운 Non-profit 기관도 많습니다. 봄학기에 청강했던 수업을 가르쳤던 교수님은 솔라스펠(SolarSPELL)이라는 교육 이니셔티브를 이끌고 계셨습니다(교수님도 풀브라이터셨습니다). 솔라스펠은 태양광으로 충전할 수 있는 휴대용 도서관을 인터넷 연결도가 낮은 아프리카 국가 등에 배포해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캠퍼스 내에서 매일 다양한 이벤트도 열립니다. 다운타운 캠퍼스에도 무료로 식사나 간식을 나눠주는 행사가 많았습니다.

피닉스 밖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나 IIE 주최 이벤트행사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저널리즘 컨퍼런스인 NICAR에 참석했습니다. 패널리스트로 참석할 기회를 얻어 한국에서 했던 심층보도 프로젝트를 참석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IIE에서 주최한 커뮤니티 칼리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발돼 볼티모어에 위치한 CCBC를 방문, 학생들에게 한국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저널리즘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험프리 프로그램의 꽃은 Professional Affiliation(PA)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이 에어리어 최대 신문사인 San Francisco Chronicle 데이터 팀에서 6주간 PA를 했습니다. AI를 활용해 기자와 에디터들을 위한 아침 뉴스 라운드업을 생성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했습니다. 제가 개발자는 아니지만 그동안 뉴스룸에서의 경험을 통해 기자들의 니즈를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개발자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인터랙티브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경험도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편집국장이 매일 아침 뉴스 회의에서 기사를 브레인스토밍하는데 결과물을 활용하기 시작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6주간 다양한 크로니클 구성원들과 대화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PA를 시작한 첫 날 퓰리처상 발표가 있었는데, 마침 21년 만에 크로니클이 해설보도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해당 탐사보도를 취재한 기자들과, 시리즈를 데스킹했던 에디터와 커피챗을 하며 생생한 취재후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크로니클의 본사 Hearst에 소속된 개발 및 혁신 조직인 Devhub의 개발자, 프로덕트 매니저 등과 협업하며 뉴스룸 내 프로덕트 개발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1.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추천하는 이유

풀브라이트의 가장 큰 장점은 네트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유학 기간 동안 미국인 풀브라이터들을 우연히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같은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로 심리적으로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험프리 프로그램은 중견 기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바쁜 뉴스룸 생활에서 잠시 물러서서 저널리즘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앞으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적지 않아 가끔은 버겁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지난 10개월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감사했습니다.

  1. 예비 지원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험프리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전 동문 후기를 읽으며, 나중에 동문 후기를 쓰고 있을 제 모습을 상상하다가도 ‘내가 이 장학금을 타는게 가능하긴 할까’ ‘시간 낭비는 아닐까’라고 걱정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비슷한 마음으로 이 후기를 읽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그럼에도’ 도전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전 자체로도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고,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오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