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경 (Seungkyung, Kim)
2021 FLTA Program
Montana State University Billings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더디고 느리게 흐르던 2020년, 풀브라이트 FLTA 프로그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Montana State University Billings(이하 MSUB)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돌아왔습니다.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파견 직전까지, ‘내가 미국에 가다니, 현지인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까? 정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며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과 설렘을 품은 채 비행기에 몸을 싣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약 9개월의 시간이 마치 하룻밤 꿈처럼 빠르게 지나갔고 잘 마쳤다는 안도감과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가 파견된 학교 MSUB는 FLTA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 강의를 처음 시작하는 곳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Teaching Assistant가 아닌 Primary Teach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고, 교재 선정과 커리큘럼 개발, 평가와 성적 처리 등 한국어 수업과 관련된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맡아 진행하였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교육 경험이 아주 풍부한 베테랑 강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때로는 이 과정이 버겁기도 하고 혹시 저로 인해 학교나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의 역량을 탓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주칠 때마다 저의 수업과 안부를 항상 물어주고 도움을 요청하면 최선을 다해 해결해 주었던 기관의 많은 직원들과 동료 교사들 덕분에 크고 작은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줌으로, 메신저로 끊임없이 용기와 자극을 주는 FLTA 동기 선생님들 덕분에 두 학기를 무사히 마쳤으며, 기관에서 다음 학기에도 한국어 강의를 계속 제공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파견된 몬태나 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아직까지 한국어 강의에 대한 수요나 관심이 많지 않고 제가 있던 지역은 상대적으로 인종이나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도 낮은 편이었습니다. 따라서 언어 수업 뿐만 아니라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알리고 소개하는 것 또한 FLTA로서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중국, 일본에서 파견된 Visiting Scholar와 FLTA와 협업하여 East Asian Language Workshop, K-POP Demonstration, International Food Fair 등 다양한 문화 행사와 기획하고 진행하였고 수업 커리큘럼 진행 중에도 한국의 명절과 풍습, 한국 관용어와 속담, 4.19 혁명, 한국 영화 등에 대해 최대한 소개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이 지역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이제 막 첫 발을 뗀 수준이지만, 기관과 지역에서 동아시아와 관련된 강의와 프로그램에 대한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어느 지역에서 한국을 알리고 한국어 교육이 시작될 수 있도록 작게나마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교육 분야 종사자로서 미국 대학기관의 한 해 교육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다른 언어로 직원들, 학생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경험은 저를 교사로서 또 인간으로서 한층 성숙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 역사와 International Communication 등의 강의를 수강하고, Global Study와 같은 워크숍에 참여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다른 교수님들이 어떻게 강의를 준비하고 이끌어가는지, 국제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이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미국 대학의 교육 방향과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고등 기관의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일 처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말을 경청하려는 사람들의 태도는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될 것인지, 세계 시민으로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장학 금액으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풀브라이트로부터 받은 귀중한 저만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또한 풀브라이트 장학생이었기 때문에, 해외에 장기간 거주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걱정이나 고민없이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FLTA 선생님들과 미국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또한 덤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부족하지만 무모하게 장학 프로그램에 지원서를 보내던 저를 떠올려보면, 학업이나 연구에 대한 열정, 직업 윤리, 문화 교류에 대한 진실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도 많이 나아진 요즘, 앞으로 파견될 선생님들은 저보다도 더욱 많은 것을 경험하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귀한 기회를 주신 풀브라이트와 한미교육위원단에 감사드리며 더욱 활발한 교류를 통해 미국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좋은 소식을 많이 듣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