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영 (Sun Young Bang)
2025 Fulbright American Studies Program
Gyeonggi, Secondary
저는 교직에서 10년째 영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여전히 수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공교육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하고, 교실 안의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과 즐겁고 유익한 영어 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젠가부터 이룰 수 없는 목표처럼 여겨졌습니다. 교육청의 다양한 연수에도 참여하고 대학원을 진학하여 공부를 하면서도 배움에 대한 갈증이 여전했던 차에 풀브라이트 영어교사 미국학 연수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가본 경험이 없었고 한 달 동안 돌보아야 할 가족을 떠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많았습니다. 미국에서는 ESL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미국에서 technology를 활용한 수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미국의 학교와 가정은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연수에서 만나게 될 풀브라이터 동기 선생님들과의 시간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교사로서의 성장은 함께 고민하고 도전하는 가운데에서 온다는 것을 지금껏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걱정을 뒤로하고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에 도전해보기로 결정한 충분한 이유입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자 선발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작성하고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았고, 전반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원 동기 Essay를 쓰면서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지원하는 개인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고, CV를 작성하면서도 지금껏 교직에서 해왔던 교육활동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 University of Delaware의 생활은 매우 유익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들은 우리 장학생들을 동료 교사로 여겨주었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으로 바라보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오전 Listening & speaking 과정으로 Drama Class를 선택하고 수강했습니다. 저 개인적인 성향과 Drama는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었지만, Drama를 통한 영어 교수법이 궁금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Drama는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지만, 어떤 학생들에게는 적절한 교수법이 될 수 있으니까요. Drama Class를 이끈 Phil 교수님의 마지막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A teacher should not only teach in the way they are good at and comfortable with. They must also be able to teach in the way that students prefer.”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comfort zone을 벗어나는 일이지만 교사로서의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Teaching Method 수업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배웠습니다. Intensive program인 만큼, 쏟아지는 과제와 발표로 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했지만 즐거운 배움의 과정이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제가 교사로서 유학 생활 중 경험한 최고의 시간은 세 번의 School Visit이었습니다. The College School, William Penn High School, Wilmington Christian School의 방문을 통해 미국 교육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각 학교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고 공립과 사립학교 시스템을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 관계자 분들께서는 저희를 환대해 주셨고, 학교의 곳곳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학생들의 성공을 위해서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셨고, 학교 교사들과의 시간을 통해 우리가 교사로서 공유하는 지점들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가르치고 애쓰는 소명을 가진 두 문화의 만남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으며 큰 위로와 도전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한국 문화와 전통 놀이를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이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계획하고 진행해 주신 풀브라이트 관계자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홈스테이의 경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가정에서 지내면서 아침, 저녁으로 홈스테이 패밀리와 서로의 문화를 소개하고 이해했던 시간은 정말 소중했습니다. 미국의 정치, 의료 시스템, 교육 등 매일 새로운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던 시간을 통해서 언어 실력의 향상 뿐 아니라 미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금요일 밤마다 홈스테이 패밀리의 지인을 초대하거나 방문해서 가졌던 Game Night는 잊을 수 없는 즐거운 경험입니다. 타인을 향해 열려있는 마음과 여유는 유학 경험에서 꼭 배우고 싶은 삶의 자세입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연수과정과는 다릅니다. 무엇보다 선발 과정을 거친 열정과 헌신이 가득한 연수생들과 4주 간의 과정을 함께 한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자 배움이었습니다. 계속되는 과제와 발표로 피곤한 일정이지만 그만큼 성장과 배움이 있기에 풀브라이트 연수 과정이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풀브라이트 연수생의 자격으로 방문하는 School Visit은 어디에서도 경험 할 수 없는 특권입니다. 그 밖에도 연수생들이 배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모양으로 지원해주셨던 담당자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장학 활동 중 만났던 여러 인연들과 함께 미래 수업을 고민하고 계획했던 것들을 이제는 실천으로 옮기려고 합니다. 미국에서의 4주간의 시간으로 제가 가졌던 고민이 완벽하게 해결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떤 면이 부족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가 보입니다. 새로운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실천하고 싶은 수업들이 기대가 됩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의 저의 시간은 끝났지만, 풀브라이터 교사로서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