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덕 (Seungdeok, Jin)
2022 Fulbright Humphrey Fellowship Program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험프리 프로그램에 대해 지원을 준비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선배와 동료로부터 과정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 험프리 프로그램의 특징과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경험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준비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미국 현지 기관에서 업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과 다양한 국가의 참가자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풀브라이트나 장학 프로그램에서는 찾기 어려운 이러한 부분들이 미국에 오기 전 제가 가장 기대하면서 궁금해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 와서 험프리 과정에 참여해보니 이 2가지 부분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가장 큰 축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느끼고 배우게 된 것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갖고 있던 생각이나 기대를 훨씬 넘어섰고 저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도착하는 첫 날부터 다양한 국가와 종교, 문화로 구성된 풀 안에 제가 바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험프리 프로그램에서는 호스트 대학의 과정에 앞서 약 30여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캔자스 대학에서 영어 역량 향상을 위해 운영하는 2달 간의 Pre-Academic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한국 수혜자들은 모두 Pre-Academic에 참여하는 기회를 받았습니다. 남미, 서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참가한 30여명의 펠로우들은 첫 날부터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교류하고 함께 공부하면서 단순히 영어 학습을 넘어서 미국 뿐만 아니라 참여한 펠로우들의 문화와 종교, 사고방식, 경제 이슈 등을 서로 소개하고 공유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 나갔습니다. Pre-Academic 기간은 2달로 전체 1년의 교육 기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같은 건물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얻은 경험과 서로 간의 교류는 저를 포함한 참가한 펠로우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긍정적이고 신선한 문화 충격을 느끼고 스스로의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펠로우들과의 교류는 호스트 대학에서도 프로그램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호스트 대학으로 배정된 UC Daivs에는 11개 국가에서 12명의 펠로우들이 참가하였습니다. 호스트 대학의 펠로우들과는 10개월 간 공통된 수업과 세미나를 듣고, 다양한 활동에 함께 참여하면서 많은 교류를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호스트 대학에는 연구 분야가 유사한 펠로우들이 함께 모이기 때문에 공통된 연구 분야,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며 교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펠로우들과의 교류가 저에게 있어서는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큰 영향과 인식 전환을 불러왔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부 주요 선진국 중심으로 인식되어오던

제 스스로의 세계관이 이때의 교류를 바탕으로 국가와 민족의 다양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세계관을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확장 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간 다른 국가를 인식하는데 있어 협상을 통해 이득을 얻고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는 경쟁자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험프리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이 경쟁자일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글로벌 이슈를 함께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협력자, 동반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직접 체험하고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험프리 과정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미국 현지 기관에서 업무를 경험하고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험프리 프로그램에서는 개별로 기관을 접촉하여 6주이상 업무를 경험하는 것을 PA(Professional Affiliation)이라 부릅니다. 저는 험프리 과정 동안 연구 주제를 수소에너지로 정하였고, 이에 캘리포니아의 수소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California Energy Commission)를 가장 우선적으로 PA 기관으로 접촉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에서는 내부 검토 과정이 계속 지연되었고 저는 남은 기간을 고려하여 새크라멘토 내에 위치한 수소연료전지 파트너쉽이라는 기관을 새롭게 접촉하였습니다. 수소연료전지 파트너쉽은 비영리단체로서 특히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부문에서 정부 정책을 지원하고 민간 기업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정부와 민간의 중간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인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보다 정부와 민간의 중간에서 양측의 어려움과 고민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수소연료전지 파트너쉽에서 PA를 수행하게 된 것이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미국의 정책을 경험 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소연료전지 파트너쉽에서 약 6주 간 함께 일하면서 수소 충전소의 건설과 보급이 지연되는 상황과 그 이유를 분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프로젝트 내에서 자료를 함께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면서 겉으로 보여지는 숫자 이면에 실제 현장에서 겪고 있는 깊숙한 이슈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관이 고민하고 있는 수소 상용차로의 확대, 수소충전소의 공급망 문제 등 그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공유하면서 한국의 수소 정책과 향후 미래의 방향, 우리의 장점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한편, 향후 험프리 수혜자분들께는 IIE에서 기획하는 워크숍에 참여를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IIE에서는 올해 험프리 펠로우들을 대상으로 지리정보시스템(GIS), 리더십, 기후변화, 공정성 등 4개 분야의 워크숍을 개최하였습니다. 참가는 선택사항이었고 저는 UC San Diego에서 개최하며 제 연구 주제와 관련성이 높은 기후변화 워크숍(Bending the Curve)에 참가하였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워크숍에서는 기후변화를 다루는데 있어 특히 기후 정의(Justice)를 강조했던 점과 해조류를 활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 등 창의적인 솔루션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의 경험과 펠로우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IIE의 워크숍은

전반적으로 험프리 펠로우들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짜여져 있으며, 준비가 잘 되어 있어 그 분야에 대해 넓은 관점에서 지식을 얻을 수 있고, 해당 분야에서 미국이 갖고 있는 전반적인 시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향후에도 IIE에서 워크숍을 기획한다면 하나 이상 참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험프리 과정에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한 가지는 미국 내 가정을 각 펠로우와 매칭해주는 호스트 패밀리 제도를 통해 미국 문화를 직접 느끼고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 미국에 머물렀던 저에게는 호스트 패밀리와의 교류 덕분에 가족들이 미국 생활에 보다 빨리 적응하고 미국의 다양한 문화와 행사를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호스트 패밀리의 초대를 받아 함께 저녁을 먹고, 할로윈을 준비하고, 추수감사절을 함께 보낸 추억은 저희 가족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험프리 과정을 마치고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학업(Academic)과 전문적인 경험(Professional), 그리고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과 함께 펠로우들을 통해 전세계를 간접적으로 이해하는 경험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1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얻기 어려운, 험프리 과정만의 고유하고 다이나믹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기회를 준 한미교육위원단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미국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한국 펠로우 동료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