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g Hyuk Lee

이정혁 (Jung Hyuk Lee)
2018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Economics (PhD)

안녕하세요! 저는 2018년도에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으로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 과정을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온 이정혁입니다. 장학금에 선발되어 들뜬 마음으로 미국행 비행기를 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흘러 이제 My Fulbright Story를 쓰고 있으니 정말 감회가 새롭네요.

저는 학생이기 이전에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미국 유학을 통해 선진 연구 방법을 배워 보다 높은 품질의 정책 형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2018년도에 풀브라이트 장학금에 지원했습니다. 당시 정말 치열했던 장학생 선발 과정에 도전하기 위해 매일 밤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나서도 자기 전에 꼭 한 두시간 씩은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말이면 도무지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아침 일찍 학원에 가서 GRE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었지요. 반드시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말겠다는 강한 열정이 아니었다면 결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 도착해서 박사 과정을 시작한 첫 날부터, 저에게 주어진 5년 간의 시간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경제학과에서는 맨 처음 한 달 동안 math camp에서 경제학 이론을 배우기 위해 필요한 기초 수학을 가르치는데, 이미 수학을 마지막으로 한지 거의 십 년에 가까웠던 저로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보았던 공통수학의 정석부터 다시 펼쳐보면서 수학의 기초를 다졌고, 유튜브로 유명한 선형대수학과 미분방정식 강의를 수강하는 날들이 계속 펼쳐졌지요. Math camp가 끝나자마자 쉴 틈도 없이 일학년 코스웍을 진행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고시생으로 돌아온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1학년 시험을 통과하고 나니, 눈 앞에 갑자기 연구의 망망대해가 펼쳐지더군요. 뭘 해야할 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할 지도 전혀 모르겠는 막막하고 답답한 상황. 저는 어쩌면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해내지 못하고 귀국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학년 1학기 때 무작정 제가 하고 싶던 노동경제학 분야 전문가이신 교수님의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교수님이 약간 의아한 눈으로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물으셨죠.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수님, 저는 한국에서 온 학생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연구가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교수님께서 시켜주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할 테니, 연구를 좀 가르쳐 주십시오.” 이렇게 무턱대고 찾아온 학생은 유례가 없었는지, 교수님께서는 잠시 망설이시더니 “알았다. 그럼 한번 숙제를 내 줄 테니 능력껏 해 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당시 교수님께서 작업하시던 논문에서 잘 풀리지 않고 있던 코딩 부분을 해결하는 과제를 내 주셨습니다. 코딩에 익숙하지 않았던 제가 그 과제를 받은 후, 바로 교수님께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고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꾹 참고, 그 길로 집에 돌아가 3일 정도 다른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코딩 언어를 배우고, 알만한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끊임없는 수정과 수정 과정을 거친 끝에 놀랍게도 그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제 결과물을 보시더니 내심 놀라시면서 저를 연구팀 막내로 넣어 주셨습니다. 비록 보수를 받지 않는 순수한 견습학생이었지만, 거기서 저의 집념을 보신 교수님은 그 후 저를 정식 연구 조교로 불러주셨을 뿐 아니라, 나중에는 중요 프로젝트의 공저자로까지 초빙해 주셨습니다. 그 분이 최종적으로 제 지도교수가 되신 Vittorio Bassi 교수님입니다.

유학 과정은 분명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됩니다. 처음 갑자기 외국에 나가서 부딪히는 그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쉬운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제 졸업식에서 저희 학장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박사과정이란 결국 “a professional problem-solver”가 되는 과정입니다. 학부 과정처럼 주어진 숙제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시험을 열심히 봐서 되는 과정이 아니라, 5~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닥쳐오는 수많은 문제들을 평가하고 분석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모두에게 통하는 정답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 나중에 알고 보니 중요한 해결책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능력은 짧은 시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효율성이 아니라, 오히려 포기하지 않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뚜벅뚜벅 한 발자국씩 걸어나가는 인내와 끈기입니다. 그래서 박사는 엉덩이로 딴다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은 제게 이렇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과 교훈을 주었습니다. 이를 가능케 해준 Fulbright와 한미교육위원단의 지원에 어찌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저도 Fulbright 장학생의 일원으로서 전 세계 장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을 제 인생 최고의 영광이자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Fulbright 장학금이 제 개인의 영달을 위해 저를 지원해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 장학금을 설립해주신 Senator Fulbright의 감사한 뜻대로, 제가 배운 것들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한-미 양국간의 굳건한 동맹과 교류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고자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실 후배님들의 뜨거운 열정과 의지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