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린 (Ye Rin Hwang)
2025 Fulbright American Studies Program
South Chungcheong, Elementary
지원동기
모든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면접이나 자소서의 첫 번째 질문은 “지원동기”이다.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인생에서 또 다른 터닝 포인트를 찾고 싶고, 이 프로그램이 나의 네 번째 터닝 포인트가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영어로 Yes 혹은 No만 대답할 수 있었던 내게 찾아온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첫 해외 여행이었다. 한국이 아닌 다른 세계가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겪으며 언어 공부와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두 번째는 해외 봉사 경험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하며 힘들다고 불평하던 내게, 어떤 세상에서는 공부만 할 수 있는 것도 큰 특혜라는 것을 경험 속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게 되었다. 세 번째는 교사로서, 커리어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 했던 6개월 심화 연수였다. 흔히들 말하는 번아웃이 왔을 때, 이 연수는 선생님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나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고, 그 경험이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동기부여도 매우 고취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번씩 터닝 포인트를 겪을 때마다 눈에 띄게 발전한 내 자신을 느꼈고, 단순히 그 경험에서 그치지 않고 내 관심사와 능력을 계속 향상시켜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영어로만 둘러싸인 환경에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해본다는 것은 굉장한 기회로 느껴졌고, 개인적인 경험 뿐 아니라 교사로서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었기 때문에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다.
수혜자 선발 과정부터 장학생으로서의 유학 생활 전반에 대한 경험과 느낌
필요한 영어 시험 점수와 관련된 서류를 준비하고, 개인적으로는 CV와 에세이를 쓰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객관적인 서류는 홈페이지에 제시해준 대로 준비하면 되지만 (물론 이 서류 준비들도 해야할 것들이 꽤 많고 복잡했지만) 이런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CV나 에세이 내용을 어떻게 써야할 지가 제일 막막했다. 하지만 조금씩 내용을 완성하다 보니 설령 떨어지더라도 후회는 없겠다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CV와 에세이 내용이 마음에 들었고, 그 덕분인지 서류를 무사히 통과하고 면접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는 서류 선발이 어렵고 면접은 형식적인 것인 줄만 알았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나 혼자서 그렇게 생각했다) 알고 보니 면접도 정말 쟁쟁하게 진행 되었다고 들어서, 마지막에 최종 장학생으로 뽑히고 나니 오히려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이 어리둥절함은 솔직히 다녀온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나는 내가 엄청나게 학구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풀브라이트에서는 도대체 내 안의 어떤 점을 보고 나를 뽑아준걸까 점점 더 궁금해졌다. 내가 영어를 못 하는 편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국에 계신 다른 능력자 선생님들을 제치고 뽑힌 이유는 무엇인걸까?에 대해서 다른 선생님들과 지내면서 한 달 내내 더 생각해보기도 했다.
설레고 두려운 마음도 잠시, 프로그램 첫 주에는 적응하느라 바쁘고 수업 일정이 꽤 바쁜 편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기절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둘째 주부터는 슬슬 적응이 되기 시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영어 자신감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업에서 듣는 영어는 굉장히 클리어하고 웬만한 내용은 다 알아 듣고 과제를 수행하는게 전혀 어렵지가 않았는데, 수업 밖에서의 영어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방문해서 미국 학생들에게 내가 직접 영어로 수업을 하고, 교수님과 소통하고 과제를 완성하는 과정에서는 굉장한 자신감과 내 자신에 대한 대견함을 느꼈지만, 바깥에만 나가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주눅이 드는 경우 왕왕 있었다. 스토어에서 점원들과 얘기할 때, 수업 내에서도 클래스 메이트들과 얘기할 때(아랍 혹은 중국식 억양이 꽤 강했다), 하다못해 홈맘과의 대화에서도 웬만한건 다 알아 듣고 대화를 하긴 하지만, 100퍼센트 내가 제대로 알아 들었다는 보장이 없었다. 내가 알던, 내가 하던 영어는 진짜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나도 엄청 잘 하는 편이긴 할텐데… 여기서는 피래미 였구나, 진짜 실전은 다르구나, 를 통감하며 나의 한계를 느꼈다. 한국에서의 나는 나 혼자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귀찮아서 굳이 안 하는 사람이었다면 여기에서의 나는 능력은 되긴 되지만 CVS에서 진통제 하나 사는 것처럼 일상의 간단한 테스크를 하나 해낼려면 많은 노력을 부어야 가능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이렇게 작은 사람이라고 느껴진 것은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이 경험을 부정적으로 말하고자 하는게 전혀 아니다. 이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내 잘난 맛에 살며 이 이상 노력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정리하자면 전반적인 유학생활동안 내 안의 가능성과 한계점을 동시에 느꼈고, 그래서 내 자신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더 열심히 노력해봐야겠다는 원동력을 얻게 되었다.
장학금 추천 이유
이 장학금을 추천하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와 더불어 훌륭한 동료 교사들과의 만남이다. 교사로서 커리어적으로 서로에게 배울 점이 너무 많은 것은 당연하고, 인간으로서 삶의 선후배로서 서로가 나누어 가진 경험들과 마음들이 너무 고맙고 행복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만 지내고 싶을 수 있는데, 우리 모두 그 두려움을 꺾고 도전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배울 점이 너무 많았다. 선생님으로서의 공통점과 희로애락을 나누면서도, 특히 우리 동기 선생님들은 다양한 나이대와 다양한 학교급, 또 전국의 각 지역에서 왔기 때문에 서로의 다른 점에서 배우고 비교하며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비용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고 미국 생활에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일단 비행기표와 숙식 비용을 지원 받기 때문에 만약 혼자서 왔다면 절대 엄두도 못 냈을 문화 체험들도 돈 걱정 없이 마음 편히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돈 뿐만 아니라 유학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나머지 서류 처리도 풀브라이트에서 지원해주시기 때문에 그 부분도 정말 감사했다. 불편한게 있는지 항상 살펴봐 주시고 노력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지원을 해주실까 황송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지원해주신 만큼, 그리고 이 곳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 만큼, 더 열심히 힘껏 아이들을 가르쳐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예비 지원자 메시지
일단은 서류 준비와 CV나 에세이를 준비할 때 꽤 준비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먼저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다. CV나 에세이 외에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서류들은 미리 준비해 두시기를 추천한다. 그 외에 UD랑 연락하며 서류 준비, 인터뷰 준비, 비자 준비 등 과정들이 은근히 많았지만, 이 부분은 풀브라이트에서 안내해주는 대로 하다 보니 어느 새 잘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능하면 비자는 최대한 빨리 처리해두시기를 권장한다. 특히나 저처럼 비자를 처음 받아보는 사람은 비자 서류 준비하는 것도 모든게 헷갈리고 어려웠고,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그 외 강조해서 알려드리고 싶은 부분은 “스피킹 연습”이다. 서류적으로 아무리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스피킹이 어려운 분이라면 현지에 가서 수업을 듣고 과제에 참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고 발표 위주의 클래스와 또 현지 학교를 방문하여 우리가 직접 미국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기 때문에 스피킹 실력을 키워두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시는 선생님들이라면 이미 가지고 있으시겠지만, ‘열린 각오’이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니 ‘열린’이란 단어는 와닿겠지만 ‘각오’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항상 모든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고, 그에 대해서도 ‘뭐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나이를 먹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그렇게 이미 몇 십년을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지원했을 때도 최악까지도 생각하고 각오하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그렇지만 풀브라이트 재단 분들, 동기 선생님들, UD 교수님들, 홈스테이 가족들, 룸메 선생님, 현지 학교 선생님들, 클래스 메이트들 모두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감사했다. 내 에세이에 썼던 것처럼, 정말로 단순히 공부나 영어의 차원이 아니라 다른 모든 방면으로 내 인생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그런 기회였어서, 풀브라이트를 비롯한 모든 관련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더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