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미 (Sumi Lee)
2020 Fulbright Graduate Student Program
University of Arizona, Linguistics (PhD)
1) 풀브라이트 지원 동기
제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지원했던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현실적인 면이 컸습니다. 사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해외 유학 장학금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공대나 자연과학 쪽은 다양한 펀딩 소스가 있는 반면, 문과 계열에서는 본격적인 학위 과정을 해외에서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죠. 그런 맥락에서 풀브라이트는 몇 안 되는 문과생에게도 열려 있는 제도였고, 단순히 재정적 지원을 넘어 미국 내에서 “풀브라이트“라는 네임 밸류가 가진 상징성이 제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한마디로, 학문적 꿈을 구체화할 수 있는 드문 발판이자, 동시에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수혜자 선발 과정과 유학 생활에 대한 경험
선발 과정은 치밀하고 까다로웠습니다. 서류, 인터뷰, 그리고 그 이후의 긴 행정 절차들까지 포함해서 “한 사람을 걸러내는 데 이렇게까지 많은 단계를 거치는구나” 싶을 정도로 철저했습니다. 그만큼 선발된 이후에는 “내가 진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왔구나“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University of Arizona의 언어학과는 훌륭했고, 교수진이나 연구 인프라도 우수했습니다. 게다가 Tucson이라는 도시가 의외로 학업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장학금 구조상 2년 차까지는 Teaching Assistantship(TA)이나 Research Assistantship(RA)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처음에는 굉장히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수업 조교나 연구 조교를 병행하느라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풀브라이트 덕분에 저는 초기 2년 동안은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3)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추천하는 이유
저는 누군가가 풀브라이트를 고려한다면 여전히 추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문과 계열 학생들에게는 풀브라이트만큼 안정적으로 학업 초기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거의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2년 차까지는 TA/RA 없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입니다. 생활비 걱정을 덜고, 연구 아이디어를 탐색하거나 언어, 문화적 적응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풀브라이트라는 이름은 미국 내에서도 상당히 무게가 있습니다. 교수님이나 동료 학생들에게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타이틀은 신뢰를 주는 동시에, 일종의 인정과 기대감을 함께 안겨줍니다. 유학이라는 길이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선택일 수 있는데, 풀브라이트는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안전 장치“로 기능해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4) 예비 지원자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
예비 지원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학위 과정을 마치기까지 결코 지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풀브라이트라는 장학금은 분명히 좋은 출발점이지만, 그것이 학위 과정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의 연구 주제에 대한 열정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둘째, 하나의 길에만 매달리지 말고 늘 여러 옵션들을 탐색하길 바랍니다. 유학 생활은 생각보다 길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도 많습니다. 장학금이 주는 혜택이 클지라도, 결국 스스로의 연구와 커리어를 이끌어갈 수 있는 길은 다층적으로 열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