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 (Joonsoo Park)
2015 Graduate Student Program
Binghamton University, Art History (PhD)
1) 풀브라이트 지원 동기
지난 2015년, 저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에 지원하며 제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을 했습니다. 학문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한 단계 도약하고자 했던 저는, 미국에서의 박사과정이야말로 제 연구를 본격화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환경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1950-60년대 미국 미술을 전공하면서 제 관심사를 더 깊이, 더 넓게 성장시키고 싶었습니다. 특히 1970–80년대 미국의 환경미술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전개된 환경운동과 예술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미술 제도가 어떤 식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비판적 접근은 한국 안에서는 충분히 심화하기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직접 작품이 제작된 현장을 방문하고, 관련 자료를 열람하며, 현지 연구자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서만이 가능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풀브라이트는 단지 미국 유학의 발판이 아닌, 제 연구의 성격상 반드시 필요한 기반이었습니다.
또한,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타이틀은 단순한 장학금 수혜를 넘어서, 미국 내 학계와 연구 환경에서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됩니다. 당시 저도 박사과정을 준비하며, 학문적 동료들과 교수진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이후 박사과정 생활 내내, ‘풀브라이터’라는 정체성은 저에게 강한 동기와 자긍심을 제공했고, 교수진과의 첫 만남이나 학회에서의 네트워킹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2) 장학금 수혜자 선발 과정부터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서의 유학 생활 전반에 대한 경험과 느낌
풀브라이트 선발과정은 그 자체로도 철저하고 도전적인 경험이었지만, 선발 이후의 삶은 그 이상으로 진지하고 치열한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뉴욕주 빙햄턴 대학교(Binghamton University)의 미술사 박사과정에 진학했고, Kevin Hatch 교수님의 지도 아래, 미국 환경미술의 제도적 맥락과 그 예술적 실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제 논문은 Hans Haacke, Alan Sonfist, Agnes Denes와 같은 작가들의 1970~80년대 작업을 중심으로, 환경과 제도의 관계, 그리고 작품의 유지·보존·운영에 대한 정치적 함의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유학 생활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위기는 저의 연구 진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카이브 접근이 제한되고, 캠퍼스 내 연구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시기를 겪으며 당혹스러움을 느꼈지만,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학문적 연대와 인문적 공감의 가능성을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학과 내에 있던 대만 출신의 풀브라이트 장학생과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각자의 연구 주제와 문화적 배경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시간은 저에게 큰 위로이자 자극이 되었습니다. 풀브라이트는 장학생들 간의 교류와 연대를 통해, 예기치 못한 위기 속에서도 학문과 인간 관계를 이어가는 힘을 실감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더불어, 미국이라는 타지에서의 생활은 다양한 문화적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학내에서 만난 동료 연구자들, 학회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학자들, 한인 커뮤니티와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룸메이트와의 일상적인 대화들 모두가 저를 더 넓은 시야를 지닌 연구자로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미술사라는 학문은 국가와 시대를 넘나드는 시야를 요구하기에, 이러한 문화적 경험은 제 학문적 깊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3)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추천하는 이유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단순히 미국 유학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계의 학문 공동체에 합류하는 하나의 선언이자, 자신만의 연구를 국제적인 무대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발판입니다. 저에게 풀브라이트는 세 가지 측면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지녔습니다.
첫째, 학문적 자원의 접근성과 네트워크입니다. 저는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미국 내 여러 미술사 아카이브와 미술관, 갤러리, 대학 도서관을 직접 방문하고 연구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학회와 세미나를 통해 미국 내외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연구 주제를 함께 나누고 발전시키는 협업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둘째, 풀브라이트는 국제적인 정체성과 감수성을 기르는 데 매우 효과적인 프로그램입니다. 풀브라이트 게이트웨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에서 온 장학생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한국 바깥의 시각으로 제 전공을 바라보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는 지금도 제가 교육자로서, 연구자로서 갖추고자 하는 중요한 역량 중 하나입니다.
셋째, 풀브라이트는 타지에서의 어려움을 함께 견디고, 서로를 지지해줄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줍니다. 팬데믹 시기처럼 예기치 않은 고립과 정체의 순간에도, 풀브라이트 커뮤니티와의 소통은 제가 다시 학문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는 든든한 기반이었습니다.
4) 예비 지원자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단순한 해외 유학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이는 여러분이 가진 학문적 비전을 국제적 맥락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플랫폼이자,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 더 깊고 넓은 시야를 갖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떤 분야든 진지한 연구 주제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더 넓은 무대에서 펼치고자 한다면, 풀브라이트는 반드시 도전해볼 만한 프로그램입니다. 과정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학문적 성장, 인간적 연대, 그리고 내면의 성찰은 결코 다른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값진 자산이 될 것입니다.
주저하지 마십시오.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지원해 보십시오. 풀브라이트는 단지 여러분의 이력서에 한 줄을 더해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에서 연구자이자 시민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줄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듯이, 여러분도 이 여정을 통해 한층 더 단단하고 넓어진 자신을 만나게 되시길 바랍니다. 풀브라이트는 여러분에게 낯선 곳에서의 성장, 낯선 사람들과의 연대, 그리고 낯선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법을 가르쳐줄 것입니다. 그 여정을 믿으십시오.